오바마,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 연설
오바마,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 연설
"전당대회에서 연설할 특권을 제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겐 아주 특별한 영광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자리에 서기엔 의외의 인물입니다. 제 아버지는 외국인 유학생이었습니다. 케냐의 작은 마을에서 염소를 치며 자랐습니다. 지붕이 양철로 된 학교에 다녔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요리사였는데 영국인들의 하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아들에게 더 큰 꿈을 가졌습니다. 아버지는 열심히 참고 공부한 끝에 마법같은 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미국입니다. 아버지보다 먼저 이 땅에 왔던 많은 이들에게 자유와 기회의 등불이었던 미국 말입니다. ...... 부모님은 제게 아프리카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버락, 은총이란 뜻입니다.
미국에선 이런 이름을 가지고도 성공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믿으셨기 때문입니다. 비록 두 분은 부자가 아니었지만 제가 가장 좋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믿으셨습니다. 너그러운 미국에선 부자가 아니라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비범함입니다. ...... 밤에 아이들에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우리는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입고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으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 있고 쓸 수 있습니다. 그런다고 해서 누군가 갑자기 대문을 두드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업을 구상하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뇌물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치보복은 두려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리노이 게일스버그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공장이 멕시코로 옮기는 바람에 실직했습니다. 지금은 한 시간에 7달러를 주는 일자리를 놓고 아이딸 또래들과 경쟁을 벌이는 신세가 됐습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잃고 흐느끼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서도 할 일이 많습니다.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는데 아들은 병이 들었습니다. 한 달에 약값이 4500달러씩이나 들어갑니다. 우리는 세인트루이스 동부의 한 젊은 여성을 위해서도 할 일이 많습니다. 성적도 좋고 공부할 욕심도 있고 의지도 있는데 돈이 없어서 대학에 가질 못합니다.
오해는 말아주십시오. 제가 만난 사람들은 정부가 문제를 전부 해결해주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이 분들은 남조다 앞서나가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또 그러고 싶어합니다. 자기가 낸 세금이 복지나 국방비라는 이름으로 낭비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오늘밤 이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둡니다. 진보적인 미국이 따로 있고 보수적인 미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하나된 주들인 미국이 있을 분입니다. 검은(흑인의) 미국이 따로 있고 하얀(백인의) 미국이 따로 있고 라틴계의 미국, 아시아계의 미국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하나된 주들인 미국이 있을 뿐입니다.
희망,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의 희망,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의 희망, 담대한 희망입니다. 결국 그것이 신이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입니다. 이 나라의 초석입니다.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우리 앞에 더 좋은 날들이 펼쳐질 거라는 믿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