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DIOS Essay

나는 잘 버리지 못한다.

R`EMEDIOS 2018. 8. 3. 15:13
나는 잘 버리지 못한다.
나는 잘 버리지 못한다. 지금 세계에는 어울리지 않는 몹쓸 수집 유전자가 있는 듯 하다.(습관이 고쳐지지 않으니 유전자 탓하는 것 맞음) 내 스스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여기며 분류하고 저장한다. 그나마 타협점을 찾은 것이 부피가 큰 무엇은 중고로 처분하는 정도이다. 그렇게 처분한 것 중에 후회하는 것도 몇 있는데 어린시절 가지고 놀던 수많은 물건들을 처분하고 후회하며 몇 년전에는 처분한 장서들에 아직까지도 후회하고 있다. 최근에서 거의 10년 전에 팔아버린 당시 상태가 아주 좋았던 창문형 냉방기 팔아버린 것을 후회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쓸모가 있겠지 하고 남겨두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 그 물건에 대한 나름의 추억 또는 사연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국에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 물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단순히 물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음도 감정도 쉽게 내려 놓지 못한다. 그렇다고 나의 도량이 깊고 넓은 것은 아니라서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상대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상처가 된 가시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집의 공간 처럼 한계가 있는데 나는 물건도 마음도 버리지 못하고 담아주며 돼새기며 스스로 상처받고 있는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