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DIOS Essay
선명한 기억
R`EMEDIOS
2024. 9. 26. 20:42
선명한 기억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카페의 공간에
함께했던 선명한 기억을 잊기 위해 발버둥 친다는 가사의 음악이 울린다.
선명한 기억이라, 부러웠다.
내 기억은 시간속에 혼탁해진다. 그 가운데 또렸하게 떠오를것이라 확신했던 것 조차 헛된 믿음이었다.
주변은 현재의 기억을 덧대어 선명한데 본질은 떠오르지 않는다.
간혹 오래 전 사진을 발견하고 사진의 생경함과 달리 사진의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음에 절규한다.
마치 조작된 사진인 것처럼 그 어떠한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다른 무엇과 같이 저편으로 보내버린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인지는 알수 없다.
내 기억을 등지고 서는 것은 나의 지난 시간을 겹쳐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기억이 있는 공간에서 과거의 물건들이 나의 기억을 돌이켜,
과거의 사실들을 대화의 장에 불러들이는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기억이 된다.
과거는 그때가 어떠했는가 보다는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관과 가치관에 의해 구성된다.
현재의 가치관의 의식은 미래의 전망으로 스미어든다.
그러나, 과거의 시간을 잃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잊기로 작정한 것인지 모른다.
침전되어있던 기억들이 떠올라 마구 헝클어지며 마음이 분분해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때의 나를 용서할수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