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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창밖의 녹음사이로 군데군데 피어오르는 아지렁이에도 한여름이 다가왔음을 의심할 때 찢어지는 매미 울음이 여름으로 안내하였고,
다소곳한 매미의 호흡 사이로 피어오르는 귀뚜라미의 운율이 가을이 왔음을 말하였다.
알록달록 색동옷을 입지 못한 잎사귀, 아직은 푸르름에 이르게 흩어짐을 재촉하는 서운 바람에 겨울이 다가왔다.
따사로운 태양에 푸르름에 덮힌 너는.
스치는 서운 바람 사이로 떠나보낼 준비를 하며
앙상히 남은 추억도 너의 것으로 앗아간다.
지금 이토록 슬픈 빛으로 빛나는, 마치 대충 그린 겨울의 해처럼
어둠이 가파르게 밝음을 밀어내는 형국의 하늘은 고요한 풍광 속에서 소란스럽게 사라져간다.
내 기억도 시간속에 혼탁해진다,
그 가운데 또렸하게 떠오를것이라 확신했던 것 조차 한없이 부서지며 흩어진다.